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받을 재산보다 피상속인이 지고 있는 빚이 더 많은 경우에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경우 자주 발생하는 문제가 ‘부모님이 보험계약자, 피보험자로 되어 있으나, 자녀인 본인이 수익자로 되어 있는 보험’도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의 대상이 되느냐입니다. 보험금청구권을 상속재산으로 보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의 대상이 되겠지만,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보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상속인들은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이하에서는 사례를 통해 고찰해보려 합니다.
1.보험청구권 – 상속인의 고유재산 관련 사례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던 ‘갑’이 갑작스레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갑’이 남겨놓은 재산은 은행 대출금채무만 있고 다른 재산은 전무합니다. 다만 ‘갑’이 재직 중이던 직장에서 지급받은 유족연금과 ‘갑’이 가입해 둔 생명보험금이 있습니다. 이 경우 ‘갑’의 아내가 상속을 포기해도 유족연금과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지가 문제입니다.
2.상속재산과 상속인의 고유재산
상속포기는 상속인으로서 자격을 포기하는 것으로 피상속인의 재산과 채무 모두 물려받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속포기로 상속재산의 전부가 포기되지만, 상속재산이 아닌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분류되는 것은 상속포기의 영향이 미치지 않습니다.
3. 공무원연금법상 유족연금
공무원연금법상 유족연금은 공무원 유족의 생활보장과 복리향상을 목적으로 하므로 직접 자기의 고유 권리로서 취득하는 것이며 상속재산에 속하지 않으므로 상속포기를 하더라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4. 생명보험금
생명보험금은 사망시 보험수익자를 ‘상속인’으로 지정하거나 보험수익자를 아예 지정하지 않은 경우라도 보험금청구권은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보아 상속포기 시에도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5. 사례의 경우
‘갑’의 아내는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유족연금과 ‘갑’이 가입해 둔 생명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는 생명보험금이라 하더라도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의 상속세 부과대상이 됨을 유의해야 합니다.
6. 상속이 되지 않는 것들
-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재산은 적극재산이든 소극재산이든 상속인에게 모두 이전된다는 생각은 어느 정도 타당하나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상속인에게 상속되지 않는 것은 무엇이 있을지가 문제됩니다.
1)보험금지급청구권
생명보험계약에 있어서 피보험자의 상속인은 피보험자의 사망이라는 보험사고가 발생할 때에는 보험수익자의 지위에서 보험자에 대하여 보험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고, 이 권리는 보험계약의 효력으로 당연히 생기는 것으로서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의 고유재산이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4.7.9. 선고 2003다29463판결) |
- 상속인 중 한 명이 보험수익자라 하더라도 다른 상속인은 보험금에 대하여 상속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없고, 상속인이 상속포기를 하더라도 보험금을 수령받을 수 있습니다.
- 보험수익자를 ‘피상속인’으로 지정한 경우에는 보험금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피상속인의 재산이 되므로 상속재산이 됩니다.
-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는 상속인의 고유재산인 손해보험이나 생명보험금이라 하더라도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으로는 상속세 부과대상이 됩니다.
2)유족연금
공무원연금법상 유족연금은 공무원 유족의 생활보장과 복리향상을 목적으로 하므로 수급권자인 유족은 상속인으로서가 아니라 직접 자기의 고유의 권리로서 취득하는 것이고, 따라서 그 각 급여의 수급권은 상속재산에 속하지 아니하므로 수급권자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상속재산으로서 다른 상속인의 상속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96.9.24. 선고 95누9945판결) |
- 유족연금 등과 유사하게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해 지급되는 퇴직금, 퇴직수당, 공로금 등(사망퇴직금)이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서 수령권자의 범위나 순위를 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유족의 생활보장에 충당하는 측면에서 수령권자의 고유의 권리로 보아 상속포기를 하더라도 이를 수령할 수 있습니다.
- 피상속인이 사망 전에 이미 수령한 퇴직금 내지 퇴직연금은 사망퇴직금과는 다르게 상속재산이 됩니다.
3)제사용 재산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 600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의 소유권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이를 승계한다. (민법 제1008조의 3) |
- 제사용 재산의 승계는 본질적으로 상속에 속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제사용 재산을 일반 상속재산과 같이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분배하는 것은 상속을 거듭할수록 분산, 산일되어 결국 제사용 재산으로서 기능할 수 없게 될 것이므로 상속재산과 다른 특별재산으로서 일반 상속재산에 관한 공동균분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2000다31502, 2003다29463 판결)
4)부의금
사망조위금은 상호부조의 정신에서 유족의 정신적 고통을 위로하고 장례에 따르는 유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줌과 아울러 유족의 생활안정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증여되는 것인바 상속재산으로 볼 수 없다. (대법원 1992.8.18. 선고92다2998판결) |
- 장례비용을 지불하고 남은 부의금의 경우 상속재산이 아니므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도 분배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망한 사람의 공동상속인들이 각자의 상속분에 응하여 권리를 취득하는 것으로 봄이 우리의 윤리감정이나 경험칙에 합치됩니다(대법원 1992.8.18. 선고92다2998판결).
- 반대로 장례비용보다 부의금이 적게 들어온 경우 나머지 장례비용은 상속재산에서 지불하고, 부의금과 상속재산을 다 사용하더라도 장례비용을 충당할 수 없는 경우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여부와 관계없이 상속인들 각자가 법정상속분에 따라 부담해야 합니다.
- 장례비용은 합리적 범위 내에서만 상속비용(상속재산의 관리 및 청산에 필요한 비용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에 공제가능)으로 인정되므로(대법원 2003.11.14. 선고2003다30968 판결) 적절한 범위 내에서 영수증 처리를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5)일신전속권
상속인은 상속개시 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 그러나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민법 제1005조) |
-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하는 것은 성질상 타인에게 귀속될 수 없고 피상속인 개인에게만 귀속될 수 있는 개인적인 권리이므로 상속되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일신전속권으로는 부양청구권, 친권, 인격권, 그리고 고용, 위임 등과 같은 계속적인 게약에서의 당사자의 지위, 사단법인 사원의 지위, 조합원의 지위 등이 있습니다.
7. 일신전속적 권리가 에외적으로 상속되는 경우
- 이혼위자료청구권은 원칙적으로 일신전속적 권리로서 양도나 상속 등 승계가 되지 아니하나 그 청구권자가 위자료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청구권을 행사할 의사가 외부적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된 이상 양도나 상속 등 승계가 가능하다(1992.3.3. 선고91므143판결).
- 부동산을 합유(법률규정 또는 계약에 의해 수인이 조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하는 관계)로 소유한 경우에는 합유자 중 일부가 사망하면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잔존 합유자의 합유로 귀속되고 잔혼 합유자가 1인인 경우에는 그의 단독소유로 귀속(대법원 1993.2.24. 선고 93다39225판결)되어 상속되지 않지만, 합유자간 사전에 상속인에게 승계가 되도록 별도의 약정을 해 둔다면 합유지분이더라도 예외적으로 상속이 가능합니다.
참고하실 만한 글: 상속포기와 한정승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