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계약은 매매계약만큼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종류의 채권계약입니다. 이런 임대차계약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분쟁이 상가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 관련 문제입니다. 특히 종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물을 이어받은 현재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후 퇴거할 때 종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물에 대한 원상회복의무를 지는지가 매우 빈번하게 문제되고 있는 바, 이하에서는 사례를 통해 이를 고찰해 보고자 합니다.
1.상가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 관련 사례
‘갑’은 보유하고 있는 상가의 임대차 계약기간이 만료하고 임차인이 상가를 명도하였지만 아직 임대차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임차인이 원상회복의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임대차계약서상에는 ‘계약 종료 시 임차인은 상가건물을 원상회복하여 임대인에게 반환하여야 한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임차인은 전 임차인이 시설한 것 그대로 인도받아 영업하였기 때문에 원상회복할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 관련 법률
- 민법 615조(차주의 원상회복의무와 철거권)
차주가 차용물을 반환하는 때에는 이를 원상에 회복하여야 한다. 이에 부속시킨 물건을 철거할 수 있다.
- 민법 654조(준용규정)
제610조 제1항, 제615조 내지 제617조의 규정은 임대차에 이를 준용한다.
3. 원상회복의무의 범위
1)원칙
- 원상회복의무란 임대차목적물을 임차할 당시의 상태대로 복구하여 반환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만 당사자간에 원상회복의무의 내용이나 범위에 대해 별도의 특약을 하면 그 특약이 우선합니다.
- 상가건물 임대차 표준 계약서에는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를 “계약이 종료된 경우 임차인은 임차 상가건물을 원상회복하여 임대인에게 반환하고, 이와 동시에 임대인은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반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별도의 특약이 없는 한 위 규정이 준용됩니다.
2)전 임차인이 시설한 것에 대한 현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
- 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현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하였고, 추가로 시설이나 인테리어를 하지 않고 계속 사용했을 뿐이라면, 임차인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목적물의 상태대로 반환하면 되고, 계약 당시 이미 설치가 되어 있는 내부시설 등을 철거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대법원 1990.10.30. 선고 80다카12035)
-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에 추가로 새로운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변경한 경우, 현 임차인이 새로 설치한 시설물은 철거하고, 변경한 부분은 원상으로 회복해서 임대차계약 당시의 상태대로 해놓아야 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전 임차인이 설치했던 시설물까지 철거하고 원상으로 회복할 의무는 없습니다.(대법원 1990.10.30. 선고 80다카12035)
3)현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의 임대차계약을 포괄적으로 승계한 경우
-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중 자신의 임차인 지위 등 임대차계약상의 권리의무를 현 임차인에게 포괄적으로 양도한 경우 등 현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의 임대차계약을 그대로 승계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면, 현 임차인은 전 임차인이 설치했던 시설물에 대한 철거 및 원상회복의무를 모두 부담해야 합니다.
- 다만 권리금을 지급하고 영업양수도를 했다고 해서, 임차인 지위의 포괄적 양도가 일률적으로 무조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영업양수도의 경우 현 임차인이 전 임차인의 지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현 임차인이 기존 상호와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였는지, 기존 임대차계약조건인 보증금, 임대료, 임대기간 등이 동일한지 유무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됩니다.
-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운영하다가 임대차계약기간 중 영업양수도계약을 하여 새로운 임차인이 기존 상호와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임대차계약의 보증금, 임대료, 임대기간 등 조건도 기존과 동일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신규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의 지위를 그대로 승계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신규임차인에게 기존 임차인이 설치했던 시설물에 대한 철거 및 원상회복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판결하였습니다.(대법원 2019.8.30.선고 2017다 268142 판결)
4. 사례에의 적용
현 임차인은 전 임차인의 지위를 포괄적으로 승계한 것이 아니고, 전 임차인이 시설한 것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 뿐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 ‘갑’은 현 임차인에게 전 임차인이 시설한 것에 대한 원상회복의무이행을 주장할 수 없으며 임차인에게 임대차 보증금을 돌려줘야 합니다.
5. 결어
기존 임차인이 설치했던 시설물에 대한 철거 및 원상회복의무를 현 임차인이 부담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여러 가지 요소가 얽혀 있으므로, 어떤 기준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구체적 사정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임대차계약 종료시 임대인과의 소모적인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임대차계약서 작성 당시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 부담한다면 그 범위와 정도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6. FAQ
1)임대차가 임대인의 귀책사유로 중도 해지된 경우에도 임차인은 원상회복의 의무를 지는가?
- 임대차가 중도 해지된 경우에도 여전히 임차인은 원상 회복 의무를 부담합니다.
- 임대인의 귀책으로 임대차계약이 해지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2)원상회복의 범위에 폐업신고절차를 이행할 의무도 포함될까?
-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에는 임대차 당시 부동산 용도에 맞게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협력할 의무뿐만 아니라 임대차 건물에서의 영업허가에 대한 폐업신고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포합됩니다.
3)원상회복의 범위에 시간 경과에 따라 통상 발생하는 건물의 손상도 포함되는가?
- 건물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당연히 통상의 훼손이 발생합니다. 임대차 건물 손모의 발생은 임대차 계약의 본질상 당연히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따라서 이 같은 통상적 손모는 임차인의 책임 밖에 있습니다.
4)임차인이 원상회복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보증금 전액의 반환을 거절할 수 있는가?
- 사소한 원상회복 불이행에도 불구하고 보증금 전액의 반환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대법원 1999.11.12. 선고00다34697)
- 따라서 원상회복에 필요한 부분 정도만 반환을 거절하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