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증거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녹취 파일입니다. 그런데 상대방 모르게 녹음하는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형사상의 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중요한 증거 확보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즉 대화 녹음 불법 여부가 문제 되는 것이지요. 물론 상황에 따라 대화 녹음이 위법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같아우려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습니다. 이하에서는 대화 녹음 불법 여부 및 대화 녹음의 합법을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살펴봄으로써 대화 녹음이라는 유력한 증거 확보의 기회를 놓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도모하고자 합니다.
1.대화 녹음 불법 여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는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 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재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성립하는 것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에 국한됩니다.
즉 A와 B가 대화를 하는데 C가 몰래 그 둘의 대화를 녹음한다는 이는 위법입니다. 또한 C가 A와 B 중 한 사람의 동의를 얻어 녹음을 한 경우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는 제3조를 위반했을 시 벌금형 없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더불어 5년 이하의 자격정지 처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벌금형이 없다는 것부터 높은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므로 반드시 숙지 및 유의하심이 바람직합니다.
2.합법인 대화 녹음
A와 B가 대화를 하는데 A가 B몰래 녹음을 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상의 불법 녹음 또는 불법 감청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또한 A, B, C 세 사람이 대화를 하는데 C가 몰래 녹음하는 경우 역시 C가 대화자 중의 한 사람이므로 이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위법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즉 녹음한 자가 그 대화나 통화에 포함되어 있다면 그 녹음은 불법이 아닌 것입니다.
3. 비동의 대화 녹음의 민사적 불법행위 인정 여부
통신비밀보호법으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는 녹음 또는 청취 행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민사적 책임 역시 당연히 면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함부로 녹음, 재생, 방송, 복제, 배포되지 않을 헌법상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음성권을 부당히 침해하는 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아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한 판결례가 있습니다.
다만 녹음자에게 비밀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이나 이익이 있고, 비밀녹음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 사회윤리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다고 평가 받을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손해배상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판례도 있어, 결국 사안에 따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의 여부가 달라질 수 있겠습니다.
4. 비동의 대화 녹음의 증거자료 가능 여부
당사자 간의 대화에서 당사자가 상대방의 동의 없는 녹음이나 녹취를 한 경우 형사처벌은 피할 수 있지만, 소송이나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에서 이 녹음, 녹취자료가 증거자료로 인정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특히 일반적인 개인이 비밀로 녹취하여 얻은 증거자료에 대한 증거능력과 관련하여 현행법상 명문 규정이 없으므로 증거자료로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에 대법원 판례는 법에 의한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자료는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진실 발견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의 보호이익을 비교 형량하여 그 허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처럼 증거의 채택 여부는 법원의 재량 범위에 속하므로 녹음 당시의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증거 채택이 결정됩니다.
또한 통신비밀보호법 제4조에 따라 제3조에 어긋나게 증거를 취한 경우에만 위법한 자료로 취급하여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는 바, 대화의 당사자가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 녹취한 경우에는 제3조에서 말하는 타인이 아니므로 위법한 자료에 해당하지 않아 재판이나 노동위원회 구제절차나, 근로자 징계절차 등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많습니다.